부모-자녀 관계가 가장 기본적이며, 사랑이 넘치는 관계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갈등이 초래되는 관계가 될 수도 있다. 어느 가정이나 원만하고 화목한 관계를 유지하기를 원하지만 의외로 쉽지 않은 경우가 많다.
과거에 비해 청년기가 24,25세까지 연장된 현대의 상황은 가정에서 부모와 청년-자녀 간의 갈등을 초래하기에 충분하다. 20세가 넘었지만 아직도 많은 청년은 자신의 진로를 위해 고등교육을 이수하거나 취업을 준비한다. 더욱 우리나라에서는 직장을 가지거나 결혼하여 독립하기 전까지 많은 청년이 부모와 함께 생활하기 때문에 완전한 성인을 의미하는 독립이 어려우며 부모와의 갈등을 유발하기가 쉽다.
자녀가 어릴 경우 부모는 자녀를 보호하게 되고, 자녀는 부모에게 의존하게 된다. 그러나 자녀가 점차 성장하여 청년기에 접어들게 되면 부모로부터 독립하고자 하는 욕구가 생겨나면서 자율성을 추구하게 된다. 이에 따라 부모-자녀 간의 갈등은 청년 초기에는 증가하는 추세이지만 연령이 증가함에 따라 청년 후기에는 다시 감소하는 양상을 보인다. 이러한 양상은 부모-자녀 간의 갈등이 청년 자녀가 누리는 독립과 의존의 정도와 깊은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부분 청년들은 자신이 어느 정도 부모에게 의존하고 있는지를 알면서도 독립하고 싶어 하는 의지를 동시에 느낀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부모는 자녀의 독립을 원하지만, 그들이 계속 부모에게 의존해 주기를 바라는 양면성도 지니고 있다. 이로 인해 가정 내에서 갈등 상황이 빚어지기도 한다.
청년들은 자율성 획득과 부모의 통제 사이에서 부모와 갈등을 일으키기도 한다. 이론적으로 통제의 부분은 바움린드가 수행한 부모의 양육 유형에 대한 연구에 기초를 두고 있다. 그녀는 부모양육을 애정과 통제라는 두 요인을 고려하여 네 가지 유형으로 설명하고 있다. 첫째, 애정과 통제 수준이 모두 높은 가장 바람직한 양육 형태로 여겨지는 권위 있는 양육이다. 둘째, 애정은 낮으나 통제 수준이 높은 독재적 양육이다. 셋째, 애정은 높으나 통제가 적은 허용적 양육이다. 넷째, 애정과 통제 수준이 모두 낮은 무관심한 양육으로 분류된다. 이 중 청년들과 가장 갈등이 심한 경우는 독재적 양육을 하는 부모이다. 독재적 양육을 받고 성장한 청년에게서 나타나는 가장 일반적인 특징으로는 반항이나 의존을 들 수 있다. 청년 자녀들은 따뜻함이 결여된 상태에서 부모의 지시와 결정을 강한 통제의 형태로 받아들일 경우, 부모의 권위에 대해 반항적이고 분노할 가능성이 높다. 순종적인 자녀의 경우에는 의존심이 높아질 수 있으며, 자율성이 증가하고 있는 청년의 경우에는 부모의 강한 통제로 인해 반항심이 증가하여 부모와의 갈등이 불가피하다.
모든 부모는 자녀에 대해 무조건적인 애정을 가지지만, 부모가 자녀에게 애정을 표현하는 방법과 정도는 다양하다. 어떤 부모는 자녀를 지나치게 보호하고 통제하는 방식으로 표현한다. 부모의 입장에서 모든 자녀는 기본적으로 사랑스러우나, 자녀의 행동과 성취에 따라 자녀에게 차별적으로 애정을 표현할 수 있다. 이럴 경우 상대적으로 사랑을 받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자녀는 부모에 대해서 불만을 갖게 되고, 이러한 불만이 말썽을 일으키는 방식으로 표출되면, 다시 부모에게 야단을 맞게 되어, 결과적으로 부모와 자녀 사이가 더욱 멀어지게 되는 악순환이 일어나기도 한다.
청년들의 인지적 사고는 전반적으로 성인 수준에 이르게 된다. 청년들은 이제 제삼자의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자기 부모의 장점과 단점, 비합리적인 면 등을 인식하게 되며, 부모도 불완전한 인간임을 알게 된다. 아울러 아동기에는 아무런 이의 없이 순종하였던 부모의 판단이나 결정에 대해 청년들은 점차 문제를 제기하거나 도전하는 경우가 생긴다. 형식적으로 조작 사고의 발달은 청년들로 하여금 부모의 가치관에서 논리적 모순을 발견하게 된다. 부모는 청년 자녀의 이러한 인지적 및 행동적 변화에 당황한다. 때로는 자녀의 비판이나 의문 제기에 방어적으로 대하거나 화를 내며 가치관 충돌을 유발한다.
안나 프로이트에 의하면, 사춘기를 지나면서 청년들은 가족 간의 상호관계에서 질풍노도로 표현되는 부모와의 분리 과정을 맞이하게 된다. 가정 내에서 청년들의 반항은 오히려 정상이고 피할 수 없는 현상이다. 청년기의 자율성 발달은 부모에게서 자율성 획득으로 나타난다. 그러므로 청년기는 부모-자녀 간의 갈등 역시 분리과정의 자연스러운 표현이다. 정신학적 입장은 지나치게 청년기 부모-자녀 관계를 비관적으로 묘사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실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청년기는 아동기에 비해 갈등이 증가하지만 부모-자녀 관계가 화목한 것이 보편적인 현상이며, 가정 내에서 질풍과 노도를 경험하는 비율은 약 5~10% 정도에 불과한다고 한다. 사실보다 과장되게 청년 자녀와 부모 간 갈등이 부각되는 것은 청년기를 질풍과 노도라고 보는 고정관념과 TV드라마나 신문기사 등 대중매체의 과장된 보도의 영향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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