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기의 가장 주된 발달 과업으로는 '자아정체감'의 확립을 들 수 있다. 에릭슨은 개인의 자아는 본능, 부모와 같은 인적 환경, 사회문화적 환경 등의 영향을 받아 평생 동안 발달한다고 주장하는 심리사회적 발달이론을 제시하였다. 에릭슨이 자아정체감에 관심이 있었던 것은 그가 처하였던 출신과 성장 배경 때문이다. 즉, 에릭슨의 자아정체감 이론은 자신의 인생 경험을 통한 정체감 위기를 반영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에릭슨은 자신의 개인적 배경으로 인해 많은 갈등과 고민을 하였고, 개인과 자아정체감이 불확실할 때 파생되는 결과에 관심을 가졌다. 그는 청년이었을 때 자신이 누구이며, 무엇을 할 수 있고, 자기에게 의미 있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자기 정의'를 내리는 위기의 시간을 가졌다. 그는 이러한 위기의 시간을 가지며 자기 선택을 보류한 상태를 심리적 유예기간이라고 명하였다. 그는 개인적인 경험을 통해 심리적 유예기간이 아동기에서 벗어나 자신의 의미와 목적을 찾는 유익한 시간이었음을 주장하였다. 에릭슨은 정체감을 심리사회적 정체감과 개별적 정체감으로 나누었다. 먼저 심리사회적 정체감은 개인이 속해있는 사회나 집단에 대한 소속감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나는 한국인이다.' 또는 '나는 00 대학교 학생이다.'와 같은 정체의식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청년들이 대학교에 진학하지 못하거나 취업하지 못할 경우 소속감이 없어지므로 일시적으로 심리사회적 정체감이 흔들리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자아정체감은 흔히 간단히 정체감이라고도 불린다. 자아정체감은 자신이 타인과는 구별되고 독립적이고 고유한 존재라고 인식하고자 하는 욕구가 있는 동시에 외적인 자극, 환경, 감정적 변화에도 불구하고 일관되게 자신을 인식하여 안정적인 느낌을 가지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자아정체감을 한마디로 정의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자아정체감의 의미를 에릭슨의 저서를 통해 확인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자아정체감은 한 개인이 소유한 지위와 역할에 따른 다양한 나와의 통합감을 의미한다. 아들로서, 친구로서, 남자로서, 학생으로서 등 수많은 지위나 역할의 나를 가지고 있다. 둘째, 자아정체감은 과거, 현재, 미래에 이르기까지 자아에 대해 일관되고 안정감 있는 시간적 연속감이다. 정체감이 형성된 경우 개인의 행동에 대해 자신이나 타인이 신뢰감을 가지며 같은 맥락에서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 셋째, 자아정체감은 내가 나 자신을 지각하는 주체적 자아와 다른 사람의 눈에 비친 객체적 자아 간의 조화감을 의미한다. 이러한 조화가 깨지는 경우 부적응행동이 빚어지기 쉽다. 예를 들어, 주체적 자아가 강한 경우 자신에게 몰입하여 도취되기 쉬운 반면에 객체적 자아가 발달하면 타인의 눈치와 평가에 지나치게 연연하게 된다. 그러므로 내가 나를 바라보는 견해와 타인이 나를 바라보는 견해 간에는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넷째, 자아정체감은 실존적인 자아상태를 의미한다. 청년기는 자아정체감을 형성하기 위해 자기 존재에 대한 새로운 인식, 자신의 능력, 그리고 자신의 존재에 대한 의미를 탐색하는 시기이다. 나 자신은 누구의 간섭도 용납하지 않는 자유를 지니지만 오직 나 혼자만이라는 근원적 소외감을 지닌 실존적인 존재이다.
청년기에 자아정체감 형성이 중요한 이유
에릭슨은 자아정체감의 기초는 인생 초기에 이미 형성된다고 하였다. 그리고 자아정체감은 청년기에 시작되어 끝나는 것이 아닌 전 생애를 통해 형성되는 과업이라고 주장하였다. 청년기의 주요 발달과업은 자아정체감의 확립이며, 이 시기가 정체감을 형성하는 결정적 시기이다. 청년들이 직면한 몇 가지 내적인 상황과 외적인 상황에서 근원을 찾아보자. 첫째, 청년기는 신체적·심리적·생리적인 면에서 급격한 변화가 일어나는 시기이다. 사춘기를 시작으로 내적인 충동과 성적 성숙의 정도가 심해진다. 성적인 충동이 일고 심리적으로 역동하므로 원초아의 활동이 강해지고, 이러한 내적인 욕구를 현실에 맞게 중재하는 자아의 통합능력이 요구되기때문에 자아정체감 형성에 관심이 높아진다. 둘째, 앞에서도 언급하였듯이 청년기의 한층 더 발달된 인지능력은 자아정체감을 확립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청년들은 형식적 조작능력을 획득하게 됨에 따라 과거, 현재, 미래에 이르기까지 그 원인부터 결과를 논리적으로 검토할 수 있게 된다. 셋째, 청년들은 아동도 어른도 아닌 애매한 입장에 놓여 있다. 신체적으로는 성인에 가깝지만 정서적, 경제적으로는 여전히 부모에게 의존하는 주변인이다. 환경적으로 청년들이 받는 자극은 상충적이어서 성인다운 책임과 역할을 수행할 것을 요구하지만 막상 독립하여 자신의 삶을 살기에는 많은 한계에 봉착하므로 자아의 모호성을 탈피하고자 노력하게 된다. 넷째, 청년기는 인생의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시기이다. 진학과 취업을 두고 고민하고, 진학을 하면 무엇을 전공해야 하며, 취업을 하면 어떤 직종을 선택해야 하는지 등 자신의 진로에 대해 중요한 선택을 내려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 궁극적으로는 자신의 삶이기 때문에 자기가 책임져야 한다는 것을 자각하게 된다. 이 과정을 통해 내린 결정은 자아정체감의 핵심을 이루게 된다. 다섯째, 자아정체감의 형성은 자신과 다른 사람의 행동과 가치를 내면화하는 메커니즘인 동일시에 근원을 둔다. 유아나 아동에게는 주로 자신의 부모와 같은 의미 있는 타인이 동일시의 주된 대상이었으나, 청년기가 되면 이 대상이 변화한다. 청년들은 자신을 정의하고 해석하는 내적 참조세계의 내용을 더 이상 그대로 유지하기 어렵게 된다 그러므로 스스로 비판을 가하면서 과감하게 해체를 시도하기도 한다. 만약 이 시기 청년들이 과거의 참조체계를 바탕으로 현재의 동일시 내용을 통합하는 데 실패한다면 자아정체감 혼란 또는 역할 혼돈이 야기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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